오늘은 하루 종일 일진이 좋지 않았다. 알람이 울리지 않아 원래 일어나려던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기상하고, 늦지 않으려 택시까지 불렀지만 미팅 장소까지 가는 일은 더럽게 막혔다. 약속 시간에 겨우 세이프 했다 싶었더니 지난번 미팅 때와는 전혀 다른 컨셉을 얘기하지 않나, 준비해 온 의상들은 바지 길이가 짧거나 소매부리가 펑퍼짐해 멋이 안 살거나 색 배합을 잘못 했거나 하는 둥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오죽하면 이번 건은 그만두는 것이 좋을까…? 내가 대체 뭘 잘못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으니깐. 하지만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자신은 브랜드에서 원하는 이미지에 맞다고 판단되어 프로젝트를 받은 것이고, 이번 계약은 보수가 센 축에 속했으며, 자기 자신 역시 제 발로 들어온 기회를 내쫓을 정도의 멍청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은 정말 너무하다고요. 어쩌면 이럴 수가 있어?”

 

하지만 마음을 다독이며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툴툴대게 되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자신은 오늘 일진이 더러운 것 외에도 기분 나쁜 것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는 쳐다보기도 싫은 스포츠 뉴스와 가십 기사들이 있고 물품 하나만 고르자면 저 빌어먹을 휴대폰이다. 어차피 쓰고 싶지도 않은 거 내 눈 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은데 막상 어디다 두자니 그건 또 못 하겠고, 짜증나는 김에 던져버리고 싶단 생각을 하다가도 그 폰을 자신의 손에 쥐어준 사람의 얼굴을 생각하면 아 씨 어쩌라고요! 소리가 절로 나오다가 화가 뻗치고. 자기 자신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짜증이 밀려온다. 머리도 식히고 갑갑한 마음도 풀 겸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선다. 찬 물을 맞고 있으니 좀 정신이 드는 듯 싶었는데 바디 워시를 보자 입술을 깨물게 된다.

 

왜 이 놈의 집구석엔 그 쪽이랑 연결된 것이 이렇게 많은 건가요, 정말이지 한숨을 쉴 힘 조차도 없어지네요.’

 

샤워를 마치고 대충 물을 닦아낸 뒤 샤워 가운을 입은 것 까지는 좋았다. 어쨌거나 씻고 나오니 정신이 맑아졌고 다음 번 미팅 때 어떤 얘기를 할 지 생각이 정리가 되었고하니. 하지만 여어, 키세.” 하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하아?” 하고 짜증 섞인 목소리가 자연스레 입 밖으로 나오면서 머리에 열이 몰리기 시작했다.

 

 연락이 안 된다 싶었더니 폰 충전도 안 했냐? 이러라고 사준 것이 아닌데 너무하네.”

 “…어떻게 들어왔어요?”

 ? 문 열고 들어왔지.”

 거야 당연히 문 따고 들어왔겠죠, 근데 내가 열어 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들어왔냐고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 대답하는 상대방에게 짜증스레 대꾸를 하자 머리를 긁적이며 하는 말이 전화를 해도 꺼져 있다지, 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지, 그러길래 내가 열고 들어왔어. 너 소화전 쪽에 열쇠 숨겨두잖아.” 란다.

 

 “…그래, 그건 내가 잘못했네요, 앞으로는 숨기는 곳을 바꿔야겠어. 그럼 비밀번호는요?”

 , 너 당연히 니 생일이나 내 생일 적당히 섞었겠거니 하고 눌러봤더니 열리던데? 바보 아니냐? 좀 섞지 그랬어 내 생일 다음에 니 생일 치는 걸로 풀리면 아무나 따고 들어오겠다.”

 

평소였다면 바보는 누가 대체 바보라는 거에요!’ 라는 말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 최근의 나는 그럴 기분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짜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내 앞에서 잘도 입을 놀리는 저 남자, 아오미네 다이키이기 때문이다.

 

 왜 온 거에요?”

 차갑네. 뭔 반응이 그래? 애인이 보고 싶어서 온다, 당연한 거 아냐?”

 

애인, 애인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콧방귀를 뀌며 잘난 분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본다. 잘도 그런 말을 입에 담지? 애인이라고? 애인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잘못 말한 거 아닌가요? 그 쪽의 애인은 제가 아니라 신문 한 면을 가득 채운 미모의 여성 분이잖아요. 저랑 그 쪽은 뭐랄까, 섹프레? 그 정도의 관계잖아요.”

 

웃으면서 말했지만 한 마디씩 내뱉을 때마다 자신이 상처를 받는다. 아오미네의 이상형이 어떤지 알고 있었고 자신이 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다. 아예 다른 지역의 대학에 진학했고, 농구를 그만둔 자신과는 달리 계속 농구를 하는 그는 앞에 놓여진 길이 달라 다시는 볼 일이 없다 생각했었다. 날이 선선해지던 대학교 2학년 가을이 되기 전까진. 우리 둘의 관계는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 키세. 같이 술 한 잔 할까?” 라는 말로 재회했던 그 날, 3차까지 달린 뒤 차가 끊겼으니 오늘은 네 집에서 자도 돼?” 라는 말과 함께 부딪혀오는 입술로 시작되었다. 처음 입술이 부딪혔을 땐 아오미넷치 많이 취했나? 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부딪혀온 입술이 틈을 벌리고 혀를 얽어올 때 이건 실수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아오미네를 무작정 따라하고 동경했던 예전의 자신이 떠올랐다. 그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이 동경했던 이가 자신을 원한다? 뭐야 이거 우월감까지 느껴져. 피식 웃으며 아오미넷치, 할래?” 하고 그의 뒷목을 끌어 안으며 도발을 해버렸다. 이성과의 관계는 가져본 적이 있었지만 동성과의 관계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자신만 바라보는 아오미네의 뜨거운 눈빛과 낮게 퍼지는 신음소리, 우악스러울 것이라 예상되었던 것과는 달리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리는 그의 손길을 즐겨버렸다. 동이 틀 때까지 몇 번이고 몸을 섞었다. 지쳐서 쓰러져 내릴 때도 그의 몸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아 그의 위에 엎어져 버렸었다. 그런 자신의 머리를 마치 애완견을 쓰다듬듯 만지는 그의 손길에 간지러.” 하고 퉁명스레 말하긴 했었지만 사실은 기분이 좋았다. 한 번 잠자리를 트자 그 다음은 쉬웠다. 금요일 수업이 끝나면 당연하다는 듯이 내게 찾아오는 아오미네와 그를 기다리는 나, 둘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내리지도 않은 채,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나가며 7년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왔다. 7, 만약 이성 관계였다면 결혼 얘기가 튀어나오고도 남았을 시기다. 그러나 우리 둘의 성은 같았고 언젠간 끝날 관계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이런 식으로 알고 싶진 않았다.

 

 같이 유명 보석점에 들어가 반지를 맞췄다는 얘기가 사흘 전부터 대서특필 되던데요? 놀랐어요, 아오미네 다이키씨가 아름다운 여성 분과 사귄다는 기사가 뉴스 주요 기사로 뜰 줄은 몰랐는데, 사람 살다보면 별 일이 다 있어요.”

 잠깐, 키세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돌아가주지 않겠어요? 오늘 저 많이 피곤하거든요. 그 쪽이랑 더 얘기할 힘도 없고. , 뭐 혹시 제가 여성 분께 이상한 말이라도 할까 걱정돼서 온 거에요? 걱정하지 마요. 저 그렇게까지 나쁜 놈은 아니거든요. 어차피 몇 번 자고 말았던 관계 이런 걸로 그 쪽 발목 잡을 생각 없으니깐 안심하고 집에 돌아가서 쉬세요. 그리고 다신 찾아오지 마세요. 여성 분께도 죄송한 일이니깐.”

 키세!”

 “…목소리 높이지 말아 줄래요? 골 울리니깐요. 아님 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하려고 온 건가? 근데 나 남 좋다는 사람한테 나서서 다리 벌리는 짓은 못 하니깐 성욕 처리하고 싶으면 다른 곳 알아봐. 제발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요!”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오미네의 표정이 시시각각 험악해지는 것이 보였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 없었고, 아오미네의 기분을 챙겨줄 정도로 자신의 마음이 여유롭지 못 했다. 고장난 기계처럼 제발 돌아가줘요.” 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냐. 키세, 네가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냐.”

 그럼 사진이 조작이라도 된 거란 얘긴가요?”

 그녀랑 보석점에 간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그녀는 나한테 도움을 준 것 뿐이고…”

 변명 들을 생각도 없고, 제발 가줘요. 더 이상 서로 못 볼 꼴 보이기 싫잖아. 조금이라도 나한테 어떤 감정이 한 조각이라도 있었다면 이대로 내버려둬요. 말할 힘도 없으니깐 난 들어가서 잘게요, 알아서 나가요.”

 

손을 대충 휘저으며 돌아서는데 손목이 붙잡히며 억지로 몸을 틀어진다. 더럽게 악력은 세 하고 미간을 찌푸리는데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모르겠어?” 라는 물음이 들려온다.

 

 표정이 좀 안 좋아 보이긴 했는데 화 났었나요? 내 말이 맘에 안 들었나 보네요, 사과할게요. 축의금은 두둑하게 보낼 테니 기분 상하지 말고요.”

 그런 식으로 말하는 너한테 화가 난다는 거야.”

 내 말투가 이 모양 이 꼴인 건 처음부터 알았으면서 이제와 트집잡지 말아 줄래요?”

 그게 아냐, 난 네가 우리 두 사람 사이 관계를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는 것에 화가 난 거야, 키세.”

 

그 말에 눈썹을 밀어 올리며 아오미네의 얼굴을 쳐다본다. 미간에 힘이 들어간 장난기 하나 없는 표정, 꾹 다문 입술, , 내가 진짜 미쳤구나, 이 상황에서도 이 새끼 좀 섹시하다 생각했어.

 

 우리 둘이 간지러운 말을 붙일 위인들은 아니잖아. 그렇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아무 것도 아닌 관계 취급 당할 줄은 몰랐어, 조금은 쇼크.”

 

손목을 붙잡았던 그의 손이 손바닥을 스치는 듯 하더니 손을 쓸어 내린다.

 

 네가 뭘 오해하고 있는 건지 잘 알겠어,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절대 없었어. 너랑 이렇게 되고 나서 난 단 한 번도 다른 사람과 잔 적이 없어.”

 내 탓이네요.”

 꼬아서 듣지 마, 진짜 화내기 전에.”

 충분히 화내고 있었으면서 여기서 뭘 더 하려고요. 놔줘요, 나 진짜 피곤하다고요.”

 

계속해서 거부의 말을 내뱉는 내게 아오미네가이대로 놓아버리면 우린 정말 끝이야.” 하고 말한다. 잔인하다, 아예 확인 사살을 하고 앉았네.

 

 끝이라는 말 한 마디 하려고 여기까지 행차하신 거였어요? 말 안 해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을 알려주려 이 곳까지 와주시고 정말 감사하네요, 그 배려심에 눈물이 날 지ㄱ…”

 

더욱 비꼬고 싶었는데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거칠게 파고 드는 아오미네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그럴수록 더욱 거세게 그의 품 안에 잡혀 들어가고, 버둥거릴수록 샤워 가운의 매듭만 느슨해질 뿐이었다. 더 이상 저항해봤자 이득이 없으리란 것을 깨닫고는 순순히 그를 받아들인다.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야 ?” 라 묻는 자신에게 아오미네가 너 오늘 생일이잖아.” 라 말한다.

 

 “…생일인지 잊고 있긴 했지만, 뭐야, 생일이라고 지금 동정하는 거에요? 더 짜증나는데?”

 그게 아니라, 내가 일부러 일정까지 다 멈추고 너한테 왔단 것은 뭐겠어, 키세 료타, 머리 좀 굴려봐.”

 

그 쪽도 만만치 않게 머리가 나쁘면서 뭐래, 하고 비죽거리는 자신의 손바닥을 꽉 누른 아오미네가 품 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선물.” 하고 멋없이 내려놓는다.

 

 성의 있게 주지 않을래요?”

 고운 소리 한 번 안 하는 녀석한테 이 정도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줬음 좋겠네.” 라 말하면서도 아오미네는 조심스레 상자를 연다.

 

 “…?”

 네 오해의 산물. 보석 보는 눈이 없는 날 위해 현지에서 알게 된 보석 디자이너가 같이 다녀준 것 뿐이었다고.”

 

하여간 내 말은 안 듣고, 연락을 안 받으니깐 얘기할 시간도 없었잖아, 하고 짜증을 내면서도 아오미네는 심플하면서도 꽤 값이 나가 보이는 반지를 내게 들이민다.

 

 나랑 같이 살자.”

 “…참 멋도 없는 고백이네요.”

 멋 없는 것은 알고 있던 사실이잖아?”

 

그쵸, 아오미넷치가 얼마나 멋이 없는 사람인지 알죠, 하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알고 있으니깐.

 

 “…고마워요.”

 

사람의 기분은 한 순간에 밑바닥으로 고꾸라졌다가 다음 순간 정반대로 튀어 오를 수 있다. 그걸 나는 오늘 하루 동안 지독히도 겪었다. 분명 간혹 무신경한 아오미네의 행동에 나 혼자 상처를 받고, 아오미네 역시 내 퉁명스럽고 비꼬는 말에 상처를 받는 일이 앞으로도 수십, 아니 수백번 이상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마다 오늘의 아오미네를, 내게 필사적으로 다가와 준 아오미네를 떠올리며 이겨나갈 수 있지 않을까?

 

 두 달 뒤엔 내가 아오미넷치보다 더 멋있게 고백할 테니 마음의 준비나 단단히 하고 계세요.”



9월 10일 청황배포전에 가져갈 소설 '상실의 부재'의 SAMPLE입니다.


부스 위치는 황2b이고 첫 원고여서 허둥대며 급하게 마감을 치느라 후기 없이 총 원고 103페이지입니다.

책 크기는 A5, 가격은 8000원이고 늦게 인포를 올리게 되어 선입금은 받지 않습니다.

소량만 가져갈 예정이니 관심있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들러주시길 바랍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이어지는 페이지가 아닙니다 ~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신경질적으로 손을 뻗는다. 벌써 일어날 시간인가, 난 아직도 졸리단 말이야. 투덜거리면서도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이제껏 지각이란 것을 해 본 적이 없는 몸이다. 세 번의 이직 끝에 마음 잡고 자리한 회사에서 성실한 사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 시점에 괜히 꾀를 부리다 늦을 수는 없는 일이다. 빨리 씻고 옷을 입고 지하철을 타고… 머리를 박박 긁으면서 몸을 일으켜 세운다. 머리가 깨지도록 아프다. 이게 다 어제 부장이 억지로 술을 먹여서 그래. 하여간 그 대머리 아저씨, 나중에 두고 보자 하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며 눈 앞을 바라보았다.


...?

 

이상하다. 분명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은 이상하기 짝이 없다.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표정이 얼빠져 있는 것 역시 이상하다라는 말에 묶일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의 모습이 눈에 더 들어왔다. 분명 키세 료타는 맞다. 하지만 지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중학생 시절과 같다. 스물 여섯, 계속되는 업무에 찌들다 회식 자리까지 끌려갔다 온 바로 다음 날. 자신은 중학생의 키세 료타로 돌아가버렸다.

 





[68일 테이코 청황 데이 기념 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내게 장난을 치는 것 일까. 너무나도 어이가 없는 일에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누가 잠 좀 깨라고 볼을 꼬집어주거나 옆에서 큰 소리로 깜짝 놀래켜줬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았을 때 두 눈에 들어온 숫자들은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날짜는 내가 생각한 오늘이 맞지만 연도가 다르다. 정확히 10년 전으로 돌아가버린 이 상황이 어디 현실로 보이겠는가. 하지만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자신은 중학생의 모습이다. 야근에 찌든 이십 대 중반의 얼굴이 아닌 아직은 파릇파릇한 십대 청소년의 얼굴을 응시하며 “이게 현실이야.” 하고 다짐하듯 말을 내뱉는다.

 

오랜만에 입어보는 교복은 조금 어색했다. 자유분방한 느낌의 회사를 다니다 보니 티 하나에 청바지나 면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이 익숙했던 지라 오히려 격식 있는 옷이 어색해져 버렸다. 이는 교복에도 통용되는 말이었나 보다. 어쩌다 외근을 나가거나 결혼식에 참석할 때를 제외하곤 넥타이를 맬 일이 없다보니 한 번에 매지지 않는다. 비뚤어진 넥타이를 억지로 잡아 당기며 판판하게 펼 때 였다.

 

"아오미넷치…?

 

어색한 듯 하지만 너무나도 분명히 자신의 입술 사이를 뚫고 흘러나온 이름은 자신이 이 시절 동경했던 아오미네 다이키였다. 고교 졸업 후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난데다 농구와 전혀 상관없는 직종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학창 시절 함께 농구를 했던 이들을 잊고 살았었다. 심지어 자신이 농구를 했단 사실조차 가끔 까먹기도 했는데… 그 정도로 기억 저 편에 묻어뒀던 아오미네의 이름이 늘 불러왔던 것 마냥 자연스레 튀어나왔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땅바닥을 보고 걷던 아오미네가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린다.

 

“키세?

 

한 쪽 눈썹을 살짝 밀어 올리며 날 바라보는 아오미네를 향해 걸음을 뗀다. 뭐야? 하고 묻는 듯한 그의 얼굴을 보다가 “오늘 학교 쨀래요?” 하고 말을 건다.

 

“뭐?

“아오미넷치, 어차피 학교 가도 공부 안 하잖슴까. 요즘은 연습도 안 하잖아요. 그럴 바엔 나랑 놀아요.

 

자신의 말에 아오미네가 어이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싫진 않은 모양이다.

 

“뭐 하고 놀건데.

 



*           *          *



 

“고작 놀자고 온 데가 여기야?

“왜요, 시원하고 좋잖아요.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는 아오미네를 보면서도 마치 눈치 없는 사람인 것 마냥 “함께 걸어요.” 하고 그의 손을 붙잡는다. 마지못해 끌려오는 아오미네의 손을 꽉 붙잡고 길을 따라 걷는다. 오전이라 그런지 공원 안은 한산하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 같이 교복을 입은 학생은 없다.

 

“아오미넷치.

“왜?

“우리 같은 학생은 지금 시간에 안 다니나 봐요.

“당연한 거 아냐, 성실한 애들은 열심히 수업 듣고 있을 시간이라고.

“에, 아오미넷치라면 학교에 있어도 수업 안 들을 거 잖슴까.

“…너 오늘 내 신경 긁으려고 작정했냐?

“장난이에요, 장난.

 

피식 웃으면서 잡고 있던 아오미네의 손을 놓는다. 잡고 있을 땐 몰랐는데 손을 놓으니 뭔가 허전하다. 이 시절에 내가 아오미네와 손을 잡고 걸었었나? 아니 그럴 리 없었을 거다. 분명 아오미네라면 질색했을 것이 틀림 없으니깐. 뚱한 표정으로 내 손에 잡혀있다 풀려난 손을 쳐다보는 아오미네를 보며 내 예상을 확신했다.

 

“나랑 손 잡고 있던 게 그렇게 싫었슴까?

 

지금까지 짤막한 말이라도 해주던 그였지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신경 쓰지 않고 쭉 뻗은 길을 다시금 걷기 시작한다.

참 신기한 일이다. 이제껏 잊고 살아왔으면서 우연히 예전으로 돌아간 이 시점에서 그와 나름의 의미로 친근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매번 1 on 1을 하자 쫓아 다니고 농구에 관한 말만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의 자신은 예전과는 달리 아오미네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다. 아오미네를 향한 이 감정은 무엇일까. 남들과 똑같이 사회에 찌들어가면서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을 투영한 것일까,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부딪혔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끌어낸 것일까. 어쩌면 시덥지 않을 생각을 주억거리다 길 한 켠에 놓인 자판기로 시선이 꽂힌다. 마침 목이 말렸던 차라 “목 말리지 않슴까? 마시고 싶은 음료수 있으면 뽑아올 테니 말해봐요.” 하고 말한다. 그 말에 아오미네는 “네 것만 뽑아와. 난 한 모금만 얻어 마시게.” 하며 색이 바랜 의자에 앉는다.

 

“에에, 내 음료수 빼앗아 먹게요?” 하고 칭얼거리면서도 시킨 대로 포카리스웨트 한 캔만 뽑아서 아오미네의 옆 자리에 털썩 주저 앉는다. 뚜껑을 연 뒤 “먼저 마실래요?” 하고 그에게 건네는데 반응이 없다. 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일까 하고 그의 얼굴을 들여다 보는데 “너 오늘 이상해.” 라는 말이 불쑥 튀어 나온다.

 

“…이…이상하다뇨?

“뭔가 너답지 않아.

 

그 말에 순간 당황한다. 지금의 자신은 키세 료타지만 키세 료타가 아닌, 이미 성인이 된 키세 료타가 중학생의 키세 료타를 연기하고 있는 상황과 다름없다. 그 사실을 아오미네가 눈치챘을…리는 없겠지만 감이 좋은 녀석이다 보니 뭔가 다르다는 사실을 느낀 것 같다.

 

“평소의 너라면 땡땡이를 치려는 날 붙잡지 땡땡이를 치자 제안하지도 않을 거고 갑작스레 손을 붙잡지도 않을 거야.

 

역시 그런가요, 하고 속으로 질문을 하며 아오미네의 얼굴만 바라본다. 무슨 말인가 더 꺼내려는 듯 달싹이는 입술만 바라보고 있을 때 예상치 못 한 말이 들려온다.

 

“그렇지만 그게 싫지는 않았어.

 

짧은 침묵, 가까워지는 아오미네의 얼굴, 혹시라도 캔을 떨어뜨릴까 나도 모르게 뒤로 뻗는 팔, 코 끝에 닿는 숨결, 살짝 붙었다 떨어지는 입술.

갑작스런 입맞춤에 눈만 또르르 굴리고 있는데 아오미네의 붉어진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말 그대로 입술만 몇 초 붙었다 떨어진 정도였지만 동성에게 입맞춤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생각보다 설마 ‘그 아오미네가 부끄러워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오미넷치…?

 

그의 이름을 부르지만 또 다시 답이 없다. 그러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먼저 돌아갈게.하고 뛰어가는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정말이지 오늘은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어쩌면 중학 시절의 나로 돌아가 아오미네를 만나 입을 맞추게 된 일련의 과정들이 우연이 아닌 필연일지도 모른다. 스물 여섯의 나로 돌아간다면, 이미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아오미네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봐야겠단 생각을 하며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며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으니깐! 이라는 이유로 내게 계속 함께 쇼핑하자고 졸라대던 친구 녀석이 3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조금씩 스팀이 올라갈 때 쯤 미안, 나 감기가 너무 심하게 걸려서 못 나갈 것 같아ㅠㅠ라는 문자가 도착한다.


아앗?!!! 너무 한 거 아니에요?!”

마치 내 눈 앞에 그 녀석이 있는 것 마냥 짜증 섞인 투덜거림을 내보이지만 화를 내봤자 내 기분만 상하고 머리가 아플 뿐이다. 그걸 아는지 녀석에게서 정말 미안해, 내가 다음 번에 크게 한 턱 쏠게ㅠㅠ하는 문자가 이어진다. 아프다는 사람한테 화를 낼 수도 없고 진짜 한 턱 쏘는 겁니다?! 기대할테니 빨리 쉬기나 해요.’ 라는 답문을 보낸다. 곧이어 고마워 키세 사랑해라는 낯간지러운 문자가 온다. 뭐라 답을 해줄까 하다가 쉬라 해놓고선 말 거는 것이 모양새가 이상할 것 같아 관둬버린다.


그나저나이왕 나온 김에 뭐라도 하고 싶은데.”

나름대로 멋을 부리고 나왔는데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억울하다. 얇은 가디건을 마치 숄처럼 걸치고 안경까지 썼단 말이야, 이런 차림을 했으면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입을 삐죽이며 쭉 뻗은 길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한 간판으로 눈이 간다.


라이브 하우스?’

그러고 보니 친구 녀석이 요즘 기타에 심취한 것이 기억났다. 좋아하는 여자가 밴드 공연 보러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나 어쩐다나. 그 밴드의 곡을 연주해 보겠다고 없는 돈을 긁어모아 값나가 보이는 기타를 짊어지고 강의실에 들어왔던 것이 약 2주 전. 하지만 녀석의 의욕과는 정반대로 그는 재능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코드 하나도 제대로 못 외우는 녀석을 보고 나와 친구들은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라며 기타를 빼앗아 과방 캐비넷 안에 쳐 넣었던 것이 바로 그저께. 자긴 할 수 있다며 우는 시늉을 내는 녀석을 캐비넷에서 떼어내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녀석이 완벽하게 기타를 포기할 수 있도록 현실을 직시하게끔 해줘야겠다는 생각마저 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라이브 하우스에 대한 흥미가 치솟는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고, 한 번 들어나 가볼까? 맘에 안 들면 돈 버렸다 치고 드링크만 사서 마시다가 눈 맞는 여자 있음 같이 놀고.’

조금은 파렴치한 생각까지 하며 지하로 향했던 것이 내 인생을 크게 바꿔버릴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 했었다.

 

 

 



라이브 하우스는 처음이었다. 언제 어떤 식으로 들어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생초짜였지만 문 앞에 대기하며 서있는 사람들을 보고 대충 눈치를 봐 그들의 뒤에 서있었다. 30여 분 쯤 지났을까 순서대로 표를 구매하고 조금 더 기다리자 입장이 시작되었다. 덕분에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자연스레 홀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밴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에 처음엔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얘기하는 말들의 흐름을 따라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입장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갈 땐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이 라이브 하우스에서 첫 공연을 펼친 뒤 반 년 이상을 활동한 나름 신진 밴드의 공연이 있는 날이란다. 초반 2개월 정도는 다른 밴드들이 무대를 하기 전에 분위기를 띄우거나 이벤트 성으로 등장하다 점차 등장 순서가 뒤로 밀리게 되었고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알 정도의 밴드와 투 맨 공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원 맨 공연을 한다는 것이다. 표는 예매 분과 현매 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운 좋게도 내가 현매 분을 받는 선착순 줄에 서 있었나 보다. 대강 상황을 파악한 뒤 바 형태의 테이블로 가 소프트 드링크 하나를 시킨다. 들어오자마자 술을 시키는 것은 아니잖아? 라는 생각이 없잖아 있었던 것도 같다. 무대에 그렇게까지 관심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음료가 나오자마자 잔을 들고 다른 친구에게 문자를 할 때였다. 꺄아아악- 갑자기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고 무대 쪽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다. 아아, 그 유명한 밴드의 등장인가? 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음료를 들이킬 때였다.

 

지이이잉-

서로의 음을 맞춰보듯 줄을 튕기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무대 쪽을 바라본다. 묵직하면서도 섬세한 소리.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그 소리에 몸이 점점 무대를 향한다. 속주하는 드러밍을 날카롭게 파고 드는 기타 소리도 일품이었지만 밑을 받쳐주면서 무게감을 더해주는 베이스 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소리에 취해 곡을 연주하는 사람이 누군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는 정신을 놓고 무대를 즐겼던 것 같다. 적당히 놀다가 나와야지, 라 했던 것은 잊어버린 채로.


2시간여의 공연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렸다. 곡 중간 중간에 밴드 멤버들의 MC도 있었는데 듣자하니 기타, 베이스, 드럼의 3인으로 구성된 이 밴드에는 아직 보컬이 없는 듯 했다. 간혹 객원 보컬이 올 때도 있지만 워낙 곡의 느낌이 강한데다 멤버들의 특색이 각양각색이다 보니 그걸 맞춰 줄 사람이 없어서, 라 웃는 드러머 이마요시가 리더. 소심한 듯 말을 우물쭈물하지만 연주할 때는 다른 사람 같아지는 사쿠라이가 기타. 그리고 내 마음을 흔드는 연주를 보여준 조금은 과묵한 아오미네가 베이스. 여기까지가 내가 알게 된 정보였다. 그리고 그걸 알게 된 순간 내 머릿속을 관통한 생각은 단 하나 뿐이었다.

 

 

 



* * *

 


 

당신 베이스에 반했어, 그러니깐 그 쪽 밴드의 보컬이 되고 싶어요.”

연주를 즐겁게 마치고 나가는 내 앞을 가로막은 것은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나와 키가 엇비슷한 남자였다.

?”

갑작스런 말에 한숨이 다 나왔다. 이제껏 보컬을 하고 싶다며 찾아 온 녀석들이 대여섯명은 있었지만 이렇게 어이없는 녀석은 처음이었다.

밴드를 해 본 적은 없지만 당신 베이스라면 나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요, 심장을 뒤흔드는 그 사운드만 있다면 나 지금 당장이라도 노래할 수 있어.”

기세 좋게 달려들어 말하는 것 까지는 그렇다 쳐,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라 저 쪽한테 말하라고! 하면서 뒤따라 나온 이마요시에게 눈짓을 주지만 아무래도 이마요시는 이 상황이 재밌는지 도움을 줄 기미가 없어 보인다. 젠장.

아오미네라고 했지? 난 키세 료타, 현재 N대학 2학년 재학 중이야. 밴드 연습에는 꼬박꼬박 참여할 수 있어, 수업이랑 연습이 겹치면 수업을 버릴 거야.”

첫 원맨이 잘 끝난 기념으로 생맥 좀 들이키고 쉬려 했더니이건 무슨 찰거머리도 아니고, 머리를 박박 긁다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말을 꺼내본다.

그럼 어디 한 번 노래해 보던가.”




반쯤은 장난으로 한 말이었다. 설마하니 밴드 경험도 없고 우리 무대도 처음 봤다는 녀석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이야이야, 이거 참 상상 이상인데?”

평소엔 실눈을 하고 있는 이마요시가 눈을 크게 뜨고 내게 다가왔다.

목소리도 매력적이고 곡 해석도 좋아. 정말 우리 노래 처음 들어본 것 맞아?”

이마요시의 말 그대로였다. 처음 들어본 곡의 멜로디를 이렇게 잘 기억하고 있다니 이 녀석 혹시 천재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도 청량감 있으면서 귓가에 부드럽게 걸리는 것이 나쁘지 않다. 그 와중에 비트가 강한 곡에도 잘 녹아들다니 이거 물건은 물건이다. 인상 더럽다는 소리 잘 듣는 내게 깡 좋게 다가와서 말을 건 것도 그렇고.

키세라고 했던가?”

이마요시가 떠들어 댈 때는 멍하게 있던 녀석이 내 목소리를 듣고는 , 키세, 키세 료타요.” 하고 말을 한다. 자신의 이름을 다시금 말하는 그 목소리가 아까와는 달리 달콤하게 들린다. 이거 좀 위험한데? 라 생각하면서도 나쁘지 않네.” 라 말을 한다. 나쁘지 않다, 라는 말로 끝날 것은 아니었지만.

너만 괜찮다면 한 번 같이 무대 해 보자.”

그 말에 녀석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진다.

정말이에요?”

평생 속고만 살았냐. .”

메일 주소를 교환한 뒤 악수를 하자며 내민 내 손을 한 번, 내 얼굴을 한 번, 또 다시 내 손과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던 녀석이 느릿하게 다가와 손을 붙잡는다.

내 이름은 아오미네 다이키. 잘 부탁한다.”

잘 부탁해요 아오미넷치!”

아오미넷치? 뭔가 우스꽝스러운 명칭으로 불린 것도 같지만 녀석의 표정이 너무도 해맑아 뭐라 대꾸할 힘도 없어졌다. 단지 저 미소가 쓸데없이 뇌리에 박혀버린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괜히 인상을 쓰며 "사쿠라이 빨리 나와!" 하고 뒤를 향해 소리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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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황우전력을 청황데이를 맞아 써봤습니다! 급하게 쓰느라 쓰고 싶었던 내용을 다 못 적은 것 같지만ㅠㅠ 의미있는 날을 축하해주고 싶어 올려봅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