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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6.02.29 [深沢×和貴] 130803
  3. 2015.11.04 [深沢X和貴] 1


며칠 간 아자부로 가지 못 했던 탓에 후시미 요시야스는 조금 마음이 급해진 상태였다. 그의 상대가 누구인지를 일일이 신경을 써봤자 골치만 아플 뿐이라는 사실을 십수년간 겪어오며 알고 있었던데다 자신이 나서서 그의 잠자리 상대를 골라주기도 했기에 지금의 다급함은 모순된 행동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누구와 자건 상관이 없다.’ 라는 정의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는다.’ 라는 조건이 성립할 때만 맞는 말이다. 발걸음을 재촉해 세이칸지 가의 대문으로 가자마자 급하게 초인종을 누른 뒤 자신의 이름을 밝힌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별채 쪽으로 향하는데 그 쪽이 아니에요, 아저씨.” 하는 소리가 들린다.


카즈타카.”

자신을 불러 세운 목소리는 현재 세이칸지 가 당주의 차남인 세이칸지 카즈타카였다.

오랜만이에요, 후시미 아저씨. 요 며칠 바쁘셨나보죠? 도통 얼굴을 볼 수 없었잖아요.”

야살스러운 미소를 짓는 카즈타카의 모습에 어렸을 땐 귀엽기만 했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인지, .” 하고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절 이렇게 만든 것은 아저씨의 책임도 없잖아 있어요.”


한 발자국 더 다가온 카즈타카가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눈빛을 하며 자신 앞에 선다. 물론 그 눈이 말하는 바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볼을 감싸고 입술을 덮어 누른다. 혀가 섞일 때 달콤한 향이 코끝으로 밀려들어오는 것을 보아하니 방금 전까지 과일주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자신이 오지 않는 매일을 카즈타카가 괴로워하고 있었음을. 분명 카즈타카는 외로운 것이다. 같은 비밀을 공유한 형과의 단절, 나이 차가 나는 동생들에겐 털어낼 수 없는 감정의 늪, 자신과 똑 닮았다 생각되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카즈타카를 끝 없는 어둠 속에 가둬버리고 있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고 있다하여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자신이 품을 수 있는 상대는 단 한 명이다. 그만으로도 벅차다.

입술을 떼어내자 아쉽다는 듯 카즈타카가 칭얼거린다. 조금 더, 깊이요, 아저씨- 하는 그의 유혹 어린 눈을 보면서도 자신의 입술은 이 곳에 온 목적을 분명히 했다.


후유키는?”

자신의 물음에 카즈타카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카즈타카 역시 후시미 아저씨가 택하는 것은 아버지다.’ 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늘 자신에게 매달리곤 한다. 그런 카즈타카를 쉽게 내치지 못 하는 자신 역시 바보 같지만 사랑의 궤도가 다름을 알면서도 애정에 목말라하는 카즈타카가 안쓰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바로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카즈타카가 잠시 망설인다. 입술을 축이며 말을 꺼내려다 멈추는 카즈타카의 모습에 안 좋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혹시라도 자신이 없는 사이에 싸움이라도 벌어진 것일까, 아니면 이 곳에 없는 것일까. 대답을 재촉하듯 카즈타카를 향한 눈빛으로 무언의 압박을 가해 본다.


아버지는 별채에 없어요. 사흘 전부터 고열에 시달렸거든요.”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왜 그런 말을 안 알린 거니?” 하고 카즈타카를 다그친다.

아저씨가 연락도 없이 안 오시니깐 분명 바쁘신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거기다 걱정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했어요.”

않았어요, 가 아닌 않아했어요 라는 끝말에 ? 라는 물음이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자신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연락이 닿지 않게 했다는 사실이 문자 그대로 신기했다. 그의 성격 상 아파도 아프다 하지 않고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을 것이 틀림없는데.

그래서 지금 어디에 있니?”

본채 방에 계세요. 다행히 열은 많이 내리셨어요.”

대답과 함께 카즈타카가 살짝 하품을 한다. 아까는 눈치 채지 못 했었는데 나란히 서서 걷다보니 카즈타카의 눈에 피로가 가득한 것이 보인다. 겉으로는 이런 가문 따위 없어졌으면 좋겠다.’ 라는 말과 행동을 하지만 본성이 여리고 착한 아이이기에 아버지의 병환이 마음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 그의 성심을 고려해 본다면 분명 고열이 제일 심했을 밤에는 병간호를 하느라 잠도 못 이뤘을 것이 틀림없다.

고맙구나, 나 대신 그의 병간호를 해줘서.”

감사 인사와 함께 카즈타카의 손을 꽉 잡아주자 , 아니에요, 감사 받을 일 같은 건 안 했으니깐.” 하고 허둥대며 얼굴을 붉힌다. 착한 일을 했다 칭찬한 것인데도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면 역시 아직 어린 애다.

그럼 오늘은 아버지를 잘 보살펴 주세요. 아버지께서 표현은 안 하셨지만 아저씨를 보고 싶어했던 것 같으니깐.”


그랬을 리가, 라는 생각을 하며 방문을 조심스레 연다.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화려한 유카타를 걸친 채 침대 한 편에 누워있는 세이칸지 후유키였다.

후유키. 이렇게 자다간 겨우 떨어졌다는 열이 다시 오를거야.”

질책의 말을 하면서 그에게 다가간다. 하아- 숨을 내쉬며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 올리는 후유키의 모습은 반생 이상을 봐왔지만 서도 다시금 홀려버리게 된다.

요시야스.”

후유키, 이 쪽으로.”

그를 향해 손을 내밀자 꽤나 오랜만의 행차인 걸? 일이 많이 바쁜가보지? 날 보러 오지도 못 할 만큼.” 이라는 말과 함께 차가운 손이 느껴진다.

그래, 바빴어. 하지만 후유키.”

?”

네가 보고 싶었어.”

일이 끝나자마자 한 달음에 달려올 만큼, 네가 누구와 함께 몸을 섞건 신경 쓰지 않는다 떠벌거리면서도 실은 가슴 속에 삭이고 있을 만큼, 네가 아팠다는 말을 듣자마자 신경이 예민해질만큼, 나는 처음 널 만났던 그 날부터 네게 끝없이 매여 있다.

그럼 안아 줘. 네가 없으면 나 손발이 너무 차가워서 잠이 들 수가 없어.”

맞잡은 손을 쓸어내리는 후유키의 손을 더 강하게 붙잡아 올린다. 조금만 더 힘을 줬다간 바스라질 것 같은 그의 손을, 내 온기가 없이는 따뜻함을 느낄 수 없는 그의 체온을 느끼며 속삭인다.

원하는 대로 안아줄게, 네가 부서져 버릴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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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카즈타카님. 급히 상하이 지부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라는 말만 남긴 뒤 떠나버린 후카자와 나오미의 얼굴을 떠올리며 세이칸지 카즈타카는 서류철을 덮었다.

벌써 삼주일, 아무리 일이 틀어졌다해도 너무 오래 걸린다.

쾌속선을 타고 떠났을텐데 왜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심지어 연락조차도 없는 것인가.

초조해진 마음을 달래러 카즈타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몇 걸음을 걷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아무 죄없는 시계를 노려보았다.

퇴근할 시간이 지나도 한참은 지나버렸다.

하지만 집에 돌아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오늘도 어제처럼, 또 그 전 날처럼, 나이토의 입에서 '후카자와님은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만' 이라던가 '아직 어떤 연락도 없으십니다만.' 이라는 말을 듣기가 두려워서였다.

 

오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말할 수 있을 이 기간을 자신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후카자와와 보냈던 것일까.

후카자와가 주겠다고 약속한 영원한 사랑을 받고 있었다.

원하는만큼 후카자와에게 안기고 그 정도를 뛰어넘게 후카자와가 자신의 옆을 지켜줬다.

그런데도 불안하다.

그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늘 후카자와가 언제 자신을 버리고 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그 두려움은 자신이 처음으로 후카자와를 좋아하고 있단걸 깨달았던 오년 전과 다름이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커졌을지도 모른다.

카나자와에서의 맹세를 기억하고 있다. 그 맹세에 걸맞게 받은 사랑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그 사랑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감정이 커졌다.

 

모순인 것을 알고 있다.

후카자와가 늘 말했던, 카즈타카 자신만이 후카자와 위에 군림할 수 있으며 후카자와가 자신을 버리는 입장이 아닌 자신이 후카자와를 버리는 입장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믿으면서도 믿는만큼 불안하다는 이 감정이 기우임을 알고있다.

그럼에도 매순간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의 따뜻한 품에 안겨있을 때조차.

지금까지 자신이 갈망하던 인물이 없었기 때문에 더 괴로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자신은 지금 후카자와에게 빠져있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으리만큼.

후카자와에 대해 생각할수록 꼬리를 무는 두려움이 변하지 않는단게 우스웠다. 이렇게나 나약한 자신을 보면 쿠니타카 형님은 뭐라 말하실까? 예전처럼 화를 내실까?

 

한숨을 내쉬며 카즈타카는 외투를 집어들었다.

더 이상 늦었다간 마리코의 걱정이 커질 것이 자명했기도 했거니와 사무실에 더 머물러봤자 쓸데없는 생각만 가득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

 


"다녀오셨습니까, 카즈타카님."

 

여느 때처럼 집사 나이토가 마중을 나와있었다. 카즈타카님이 돌아오지 않으셔서 마리코님이 꽤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라는 말을 덧붙이며.

카즈타카는 나이토의 말에 적당히 대꾸를 하며 응접실로 들어섰다.

 

"오라버니, 다녀오셨어요?"

 

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마리코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카즈타카는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마리코가 응접실을 나간다.

마리코에게 살갑게 대답을 하지 못 한것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자신은 지금 후카자와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미쳐버릴 것만 같다.

 

어째서 아무 연락도 없는 것일까, 상하이 지부에 큰 일이 생겼다면 미치타카에게서 연락이 왔었을텐데! 미치타카에게 급한 전보가 오지도 않았으며 위급하다는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내가 왜 후카자와를 보냈던 것일까, 아니 그보다 더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왜 내가 후카자와의 언행 진위 여부도 따지지 못 하고 붙잡을 수 없을 정도로 후희에 취해있는 상태에 그렇게 말을 하고 후카자와가 떠났냐는 것이다.

 

"-라버니, 카즈타카 오라버니."

 

그제야 카즈타카는 마리코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단걸 깨닫고는 고개를 들었다.

마리코가 웃으며 카즈타카의 앞에 찻주전자와 찻잔, 파이가 놓인 작은 접시를 내려놓았다.

 

"일도 좋지만 오라버니 건강도 신경 써야하지 않아요? 요즘 귀가 시간이 늦어져서 걱정이에요, 오라버니. 거기다 식사도 자주 거르잖아, 이거라도 좀 먹어봐요, 오라버니 기운내라고 파이 좀 만들어놨었어요."

 

마리코의 상냥하면서도 뼈가 있는 말에 카즈타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 라 말하며 찻잔을 입에 대었다.

따뜻한 차 한 모금에 긴장감과 불안감이 조금은 사그라드는 듯 했다.

파이도 먹어보라며 재촉하는 마리코의 말에 한 입 베어물자 마리코가 웃음을 짓는다.

그 모습을 보며 한밤중의 티타임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자신이 무조건적으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하나뿐인 여동생, 그리고 그 여동생이 자신을 위해 준비해 준 편안한 시간

이 모든 것이 끊어질듯 초조한 심경을 조금이나마 덮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

 

겨우 마음이 진정되었다 생각했는데 막상 잠이 들지 않았다.

자신의 옆에서 늘 있어줬던 존재가 없어졌다는 것이 사무치게 다가왔다.

마리코의 따뜻한 마음만으로도 채워질 수 없을만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후카자와의 서명이 되어있는 서류를 한 번 쓰다듬어봤지만 그것 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결국 가지 않으려고 마음 먹었던 후카자와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후카자와의 방은 삼주일 전과 그리 다를 것이 없었다.

단지 그 주인만 없을 뿐, 여전히 그의 향취마저 남아있는 듯 했다.

방 안을 조심스레 거닐며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후카자와의 만년필, 그가 애용하는 흑색 잉크병, 페이퍼 나이프 등으로 눈을 돌리던 카즈타카는 후카자와가 늘 가지고 다니던 회중시계를 발견했다.

 

어째서, 이게 여기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과 함께 안도감을 느꼈다.

그가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는 회중시계가 자신의 손에 있단 것이 마치 후카자와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체온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의 감촉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회중시계를 두 손에 꼭 쥐며 카즈타카는 후카자와의 이름을 조심스레 불러보았다.

대답이 들릴리 없었지만 한 번 더 카즈타카는 후카자와의 이름을 부르며 마음을 달랬다.

 

회중시계를 주머니에 넣고는 한 발자국을 움직이자 책장 위에 놓인 향수병이 보였다.

마개를 열고 분홍빛이 살짝 도는 액체를 손목에 떨구자 후카자와가 옆에 있는 것 마냥 그의 향기로 온 몸이 가득차버렸다.

 

"후카자와-"

 

탄식과도 같이 후카자와의 이름을 뱉어내며 카즈타카는 멍하니 그 자리에 멈춰서버렸다.

 

 

=

 

"혹시 향수를 바꿨나?"

 

식사가 끝난 후 후시미가 할 말이 있다며 손을 잡아 끌길래 무슨 말을 하려나 했더니 예상치도 못 했던 말을 꺼내 카즈타카는 잠시 대답할 시기를 놓쳐버렸다.

 

"내가 잘못 안 것이 아니라면 그 향수는, 후카자와군이 애용하는 것일텐데."

 

카즈타카는 고개를 크게 저으며 "그럴리가요" 하고 부정을 했지만 입가에 미소를 띠며 묻는 후시미는 다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후카자와군이 옆에 없단게 그렇게 크게 다가올 줄이야, 카즈타카, 외로워서 못 견디겠다면 내가 달래줄까?"

 

은근한 유혹의 말을 건네는 후시미에게 카즈타카는 "아뇨, 후시미 아저씨. 괜찮습니다, ." 하고 거절의 말을 딱부러지게 했다.

 

"한 번에 거절을 할 줄이야, 카즈타카군. 뭔가 섭섭한걸?"

 

"장난할 기분이 아녜요."

 

"장난을 한 적은 없었는걸, 카즈타카군."

 

싱글거리는 후시미의 모습을 보고 카즈타카는 졌다는 제스쳐를 취하며 돌아섰다.

 

"전 괜찮습니다, 후카자와가 없단 것만으로 변하지 않아요."

 

"꽤나 강력하게 말하는구나, 카즈타카. 하지만 말야-"

 

네 진심을 보이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란다, 내가 네게 솔직함도 가르쳤어야 했는데- 하는 말이 이어졌다.

 

귓가에 속삭이듯 들어오는 그 말이 가슴에 박혔다.

 

솔직하게 지금 후카자와가 보고 싶어 미쳐버리겠다고 얘기를 한다면 뭔가 바뀔까? 바뀐다면 얼마든지 말하리라, 후카자와 네가 없으면 난 살 수가 없다고. 네가 아니면 난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니라고.

 

 

=

 

오늘도 어제와 같이 나이토가 마중을 나오겠거니하며 차에서 내리던 카즈타카는 "다녀오셨습니까, 카즈타카님" 하는 낮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곧은 눈매의 후카자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자와?"

 

"늦으셨군요, 카즈타카님. 요즘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며 마리코상이 걱정하시더군요."

 

지금까지 내게 연락도 하지 않았던 주제에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제까지는 그렇게 그리워했던 후카자와가 밉게만 느껴졌다. 날 괴롭게 만들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하지 말란말야-.

 

"일이 바빴어."

 

네가 없으니깐- 일이 제대로 안 되잖아! 라며 화를 내려다 입술을 깨물었다. 굳이 후카자와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미 두 사람의 관계는 오년이라는 기간동안 밀고 당기듯 진행되어왔다. 후카자와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인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 역시 후카자와에게 묶여있다. 하지만 그걸 다시금 상기시키고 싶지 않다. 내가 후카자와에게 매여있다는 것을 까발리기보단 그가 내게 매여있다는 것이 조금이라도 이 불유쾌함을 걷어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더 이상 말이 이어지지 않은 채 방으로 향했다. 뒤를 따라오던 후카자와의 발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갑자기 외로움이 사무쳤다. 삼주일 동안 자신만 후카자와를 애타게 그린 것일까..?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를 돌아보지도 못한채 카즈타카는 그 자리에 우뚝 서있었다. 그러다 다시 발을 들어 방으로 향했다.

 

 

-

 

"카즈타카님- 이대로 주무시면 안 됩니다. 제대로 누우세요."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을 가늘게하며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이를 바라보았다.

후카자와---

 

"카즈타카님- 몸을 좀 더." 하는 후카자와의 목덜미를 붙잡고 그의 고개를 내려 성급하게 입술을 맞부딪혔다. 그저 그 온기만 느끼고 싶어 입술을 맞대고만 있었을 뿐인데 입술이 열린다. 안 돼- 하는 말을 집어삼키며 후카자와가 침범한다.

입술이 겨우 떼어진 순간 흐트러진 숨을 바로하며 후카자와를 노려보았다. 자신의 쏘아보는 눈과는 달리 후카자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을 하며 "유혹에 응해드린 것일 뿐인데 혹여 하실 말씀이라도?" 라 묻는 것이었다.


"아니, 됐어. 그보다 내게 해야할 말이 있지 않을까?"


"어떤 말을 듣고 싶으신건가요."


교활한 녀석- 굳이 내 입으로 듣고 싶다는건가?

언짢은 기분으로 후카자와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몸을 일으켜세웠다.


"....상하이 지부는?"


"순조롭게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카즈타카님."


"그래, 그러니깐 돌아왔겠지.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묻는 것은"


"상하이 지부에 무슨 일이 있어 갔냐고 묻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면 다른 의도로 물으시는 겁니까?"


"두 쪽 다야, 후카자와."


그 말에 후카자와의 눈썹이 살짝 밀려 올라간다.


"상하이 지부에 무슨 일이 생겼더라면 미치타카에게서 전보가 왔거나 혹은 클라우디오씨가 쾌속선을 보냈겠지, 근데 그런 일이 없었어. 거기다 넌 상황에 걸맞지 않게 갑작스레 떠났지. 대체 뭐 때문이지? 정말 상하이 지부에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 아니면 내게서-" 까지 말한 뒤 숨을 잠시 들이킨다.

뒤에 이어질 말을 하는 것도, 그 말 뒤에 나올 대답이 무엇일지 기다리는 시간 동안 자신이 겪을 온갖 생각의 파도도 무섭다.

하지만 참을 수 없다. 삼주간의 떨어짐은 자신의 이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깐.


"......제가 카즈타카님을 떠날 것이라 생각하셨던건가요?"


낮게 갈라져흐르는 후카자와의 음성이 귓속을 파고들어 마음까지 뒤흔든다.

떠난다, 라는 말. 네 입에서 절대 흘러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후카자와의 말 하나하나,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불안해하던 지난 날들이 흩어져내린다.

어떤 확답을 들은 것도 아닌데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카즈타카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도 그저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휴우- 하며 한숨을 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아직도 절 믿지 않으시는겁니까" 하는 질책이 들려왔다.


"......믿어."


"믿는다면 이렇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잖습니까."


"하지만... 후카자와, ...."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렇게나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고 당신만이 내게 군림할 수 있다 얘기했는데도 그 말을 믿지 못 하나요, 카즈타카님."


"아냐, 믿어. 믿지만 두려울 뿐이야."


"두려워하지 마세요, 카즈타카님. 당신이 날 더 이상 붙잡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난 당신을 놓을 생각이 추호도 없어요."


"후카자와........."


"갑자기 당신의 곁을 떠났던 것은 사과합니다. 하지만 왜 떠났는지를 알게 된다면 당신도 즐거워해줄거에요."


"....즐거워?"


말을 멈춘 후카자와가 침대 옆 탁상 위에 놓인 트레이를 자신의 앞에 내려놓았다. 한 통의 편지와 큰 상자와 작은 마호가니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후카자와가 꺼낸 큰 상자 속엔 척 보기에도 부드러운 재질의 서양식 한 벌이 들어있었다.


"좀 이르긴 하지만 다가올 봄에 입으시기 편하도록 옷을 한 벌 지어왔습니다. 클라우디오씨에게 부탁했더니 이탈리아에서 좋은 원단을 들여놓아주셨더군요. 덕분에 겸사겸사 출장 명목으로 떠났던 것입니다."


"............."


그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급한 일이 생겼다는 말이 거짓일거란 것은 예상했지만 이런 결과는 예상치 못 했기 때문이다.

"또 이것은-" 하며 열어낸 마호가니 상자 안에는 푸른 빛이 감도는 보석이 박힌 커프스가 들어있었다.


"당신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 준비해봤습니다."


굳이 이런걸 준비할 필요는 없잖아, 라 살짝 투정 섞인 타박을 하자 "당신이 조금이라도 즐거워해줬음 해서 준비한 것인데 폐가 되었나요?" 하며 살짝 웃는 후카자와가 눈에 들어왔다.


".....그만둬, 폐가 되었다느니 그런 말 하지마. 그건 그렇고 이 편지는...대체 뭐지?"


"이건.. 직접 열어보세요."


무엇인지 감도 잡지 못 한채 봉투를 열고 편지를 꺼낸 순간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렇게나 존경하고 따랐던..


"쿠니타카 형님....."


잘 지내고 있다는 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냐는 다정한 물음, 영원히 행복하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 그 짧은 문장 안에 담긴 애정이 넘쳐흐른다.

세이칸지가에 들어오는 쿠니타카의 우편은 그의 생사여부가 밝혀져선 안 되기 때문에 늘 내용 하나 없이 비어있는 편지가 오거나 료이치로씨가 잘 지내고 있다는 짤막한 말 한 줄만 써서 도착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형님의 글씨가 나오다니....


"....후카자와.....이게 대체......."


"기쁘신가요, 카즈타카님."


이제야 후카자와 부재의 진정한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늘 쿠니타카를 걱정하는 자신을 알기 때문에 위험을 무릎쓰고 쿠니타카에게 접촉했음을.


".....후카자와........."


"기뻐해주시니 다행이군요. 억지로라도 당신 곁에서 멀어졌던 보람이 있어요."


"이런걸 준비할 거라면 그렇다 말을 하고 떠나란말야-"


"당신이 불안해하다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랬다, 라 말하면 화내실건가요?"


".......화낼리...없잖아......"


"그것 참 기쁜 일이군요. 카즈타카님. 그럼 보답을 부탁해도 될까요?"


"........보답?"


"삼주간 달아올랐을 당신을 맛 볼 수 있는 시간을-"


그 말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런 말이 없이도 안아주면 되잖아- 라 중얼거리듯 내뱉으며 후카자와에게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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